작은 생명이 꺼져갈 때 무력한 관찰자가 되어 바라본 생사의 이야기 _스텔라 황 작가


나는 매일 갓난 아기를 보살핀다. 귀여운 아기를 돌보며 아름다운 일만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생사가 불확실 한 아기를 집중치료하는 일이 주 임무다. 죽거나 죽을 뻔하거나 아직은 살아 있으나 곧 죽을 아기와 함께 지새우는 밤이 많았다. 사망 선고를 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날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거의 매일 아기의 상태가 좋지 않아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대화를 아기의 부모와 나누었다. 가족과 상담을 하면서 가끔은 내가 더 많이 울기도 했다. 그 울음은 인수인계를 마친 당직실에서도 이어졌다. 집으로 향하는 차에서도, 샤워를 하다가도, 또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도 내내 쏟아져 나왔다. 큰아이는 내 표정만 보고도 오늘도 누가 많이 아프구나 아니면 죽었구나를 짐작하곤 했다. 


분만실을 비롯해 신생아중환자실에서도 절체절명의 순간들이 이어졌다. 여러 시술과 치료로 멈춰가는 심장을 애써 붙잡아 놓아도 심박수는 다시 곤두박질쳤다. ‘아! 이제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이 아 기는 죽겠구나…’ 가슴이 점차 시커멓게 물들어갔다. 그동안 내가 마주한 죽음이 너무 많았다. 지난 죽음과 그 사투의 장면이 내 앞에 서, 머릿속에서 자꾸 재생되었다. 이런 일이 계속되자 내 자신이 점차 사라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깨달았다. 이러다 아무것도 남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작은 생명이 꺼져갈 때 무력한 관찰자가 되어 바라본 생사의 이야기를 풀어 놓기 시작했다. 슬픔, 분노, 후회, 측은, 괴로움 등의 복잡 한 감정들이 컴컴한 기억들 속에서 휘몰아쳤다. 실제 병원에서 일어난 일을 기록하고 그에 따르는 감정을 쏟아내고서야 비로소 나를 짓누르던 아픈 기억과 조금씩 멀어질 수 있었다. 슬픔에서 벗어 나 진정으로 애도하는 법을 배우고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다시 신생아중환실로 돌아가 작은 생명들을 만나고 구 할 수 있었다. 


죽음을 오래, 자주 들여다보면 삶이 보일 때가 있다. 아기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후에 따르는 가족들과 의료진의 삶을 이 책에 담았 다. 애도의 과정, 슬픔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도 나누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생명의 존엄성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할지도 모르는 사람다운 삶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혹시나 사랑하는 이 가 죽음의 언저리에 서게 된다면 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다른 선택 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더 큰 사랑은 많이 아플 때 잘 보내주는 용 기이자 배려일 수도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