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언어에는 무궁무진한 표현력의 씨앗이 숨어 있었습니다 _허서진 작가

저는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교사이자 일곱 살과 다섯 살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학교에서 학생들과 오랜 시간을 함께하다 보니 그들이 느끼는 어려움에 유난히 민감하고 관심이 많은 편이에요. 보통 학생들이 겪는 어려움이라면 학업 문제를 많이 떠올리겠지만, 비단 학업만은 아닙니다. 친구 관계로 힘들어하는 학생들도 많고, 자신의 감정을 살피지 못해 마음이 아픈 학생들도 많아요. 나쁜 언어 표현에 익숙해져 자기도 모르게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는 학생들도 많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과 잘 하는 일을 찾지 못해 진로 선택 문제로 괴로워하는 학생들도 많지요. 그러다 보니 제가 두 아이를 키우면서 중점을 두는 건 공부나 학업이 아닙니다. 엄마로서 보다 본질적인 것을 잘 가르치고 싶어요. 


저는 아이들이 자기를 잘 표현하고, 타인의 표현을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자기를 잘 표현 한다는 것은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타인의 표현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나와 다른 대상의 상황이나 감정에 공감하고 적절히 반응한다는 것이고요. 이 소망이 제가 아이들의 ‘표현력’을 키우는 일에 애정을 쏟게 된 이유입니다. 표현력에 관심을 두면서 시의 언어를 두루 살폈습니다. 국어 교사의 눈에는 보이지 않던 시의 언어가 엄마의 눈에는 보이기 시작했어요. 시의 언어에는 무궁무진한 표현력의 씨앗이 숨어 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언어 표현뿐만 아니라 시의 언어에 담긴 좋은 말과 바른 행동 표현, 여러가지 감정과 타인에 대한 공감 표현 모두 표현력의 씨앗 이었어요. 이 씨앗을 아이의 ‘말밭’과 ‘마음밭’에 뿌리고 싹 트는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제1부에서는 ‘언어 표현력’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 이들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잘 표현하려면 언어를 풍부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요 시의 언어에서 비유, 의 인이 가진 힘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말 품사 중 부사와 조사의 활용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이야기도 나누어 봅니다. 최근 이슈이기도 한 문해력과 관련하여 어휘력에 대한 생각도 시의 언어를 통해 다루어보았습니다. 즉, 어떻게 하면 말을 잘하고 잘 듣게 되는지 짚어보았어요.


제2부의 주제는 ‘감정 표현력’입니다. 감정을 잘 다루 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입니다. 저 역 시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순간이 많다 보니, 어떻게 하면 ‘나의 감정’을 ‘나의 소유’로 잘 다룰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시의 언어를 빌려 슬픔, 동정, 행 복, 사랑, 화, 부끄러움 등의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방 법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정답은 아니더라도 나름의 해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기 감정과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제3부에서는 ‘말과 행동 표현력’에 대해 이야기합니 다. 저는 아이들의 말과 행동이 옳은 방향으로 표현되기 를 바랍니다. 말과 행동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 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자신도 해치지 않기를 바라요. 아 이와 함께 나눈 대화, 좋은 말을 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 들, 실수를 받아들이는 자세, 책임에 대한 생각 등을 다루었습니다. 


제4부에서는 ‘공감 표현력’을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갑니다. 공감이라는 단어가 사회 전반의 주요 키워드가 된 지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만, 어찌 된 일인지 최근에는 공감의 부재가 심각한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지경에 이른 것 같아요. 해가 갈수록 공감은 약해지고 그 자리를 혐오 가 대신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히나 ‘나’와 다른 범주에 속한 대상에게 너무나 쉽게 혐오의 정서를 표현하는 것 같아요. 시의 언어를 통해 나와 다른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마지막 제5부는 앞선 파트와 조금 다르게 ‘엄마의 마음을 돌보는 시’를 놓아드렸어요. 부모 수업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붙였지만 저 또한 초보 엄마이기에 누군가를 가르칠 형편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엄마로서 제가 품고 있는 가치와 일치하는 시들을 소개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엄마가 되어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마다, 갈림길 에 선 순간마다 저를 위로하고 일으켰던 시들을 담았어 요. 독자분들에게 위로와 응원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여러 방면에서 부족하고 미숙한 엄마입니다. 그래도 아이의 말밭과 마음밭에 표현력의 씨앗을 뿌리는 일만큼은 성실히 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씨앗이 훗날 어떤 꽃을 피워내고 어떤 열매를 맺을지는 저도 알 수 없어요. 그래서 가끔 아니 자주 두렵기도 하지만 오늘 도 성실히 아이들의 말밭과 마음밭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줍니다. 그게 오늘 제가 엄마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믿으면서요. 


책을 완성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갈 수 있도록 지지해주신 그래도봄 대표님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무사히 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두 아이의 주말 육아를 오롯이 책임져 준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이 책의 실질적인 주인공이자 제 삶의 가장 반짝이는 별, 사랑이와 봄이에게 깊고 진한 사랑을 보냅니다. 


허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