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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장기
부모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2004년 비폭력대화가 한국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번역 출간된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부모교육 강사들과 함께 읽으면서 스터디를 하다가, 2005년 3월 한국NVC(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센터 설립자인 캐서린 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비폭력대화에 몰입하게 되었다. 201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 평화단체인 CNVC(the 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센터)의 인증 과정을 거쳐 국제공인 트레이너가 되었다.
비폭력대화를 시작할 때 열세 살, 열 살이었던 두 아들은 올해로 서른한 살과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폭력대화가 그들의 성장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심할 수 없다. 이 책은 큰아들의 사춘기를 지나오며 좌충우돌하면서도 비폭력대화를 놓지 않은 나의 실전기이기도 하다. 한창 사춘기의 절정이던 17세의 큰아들 김도형이 아이들의 사례에서 사춘기 입장을 대변하는 원고를 함께 쓰기도 했다. 지금 기억해보면, 책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그의 사춘기에 동참해야 했다. 아들은 계속해서 매일매일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면서 우리는 더욱 생동감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그 당시 김도형은 적극적으로 10대를 대변하고 싶어 했다.
10여 년 전 책을 쓰면서 아이의 사춘기를 겪었고, 그 사춘기가 단지 서로에게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귀한 기회를 제공함을 알았다. 초보 작가가 쓴 첫 책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를 10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사랑해주신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현 시대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한 새로운 사춘기 이야기로 비폭력대화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번 책에서는 사범대학 4학년인 둘째 아들 김도환이 아이일기 부분의 원고를 보완해주었다. 내 삶의 스승인 두 아들이 부모 자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의 작업에 번갈아 참여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비폭력대화는 내 인생의 큰 선물이었다.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33년 부부 생활에서도 나의 중심을 잃지 않고서로의 욕구를 연결하는 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지금 내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글을 쓰며 비폭력대화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삶에서 그들과 풀어낸 길고 긴 이야기 덕분이리라. 비폭력대화의 실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깊이 좌절하기도 했고, 부끄러움을 안고 길을 나서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한 분 한 분의 수강생들에게, 연습모임에서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안내해줄 수 있었다.
특히 ‘부모’는 내가 정성을 가장 많이 들이는 대상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부모와의 관계가 인간관계나 삶의 역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비폭력대화로 한국형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2014년 드디어 ‘기린부모학교’라는 1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첫 회부터 조기 마감으로 정원을 채웠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10년째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첫해에는 부모들이 자녀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참여했지만 다음 해부터는 신청 동기가 다양해졌다. 결혼은 했으나 자녀가 없는 분이 부모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미혼이지만 부모와의 갈등을 풀고 싶어서, 기혼이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 분이 그 마음 뒤의 상처를 알고 싶어서 등등.... 아내가 먼저 1년을 참여하고 그다음 해 남편이 참여한 부부도 있었고, 시어머니가 1년을 먼저 공부하고 몇 해 후 며느리가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흔히 부모 자식 사이의 고통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세월이 흘러서 회복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갖은 노력을 다한 덕분이다. 그저 시간만 흘러가게 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고, 지난 시간이 아프다면 적극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조금 더 홀가분해지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적어도 행복을 느껴보고 행복을 아는 부모가 되어 어른 노릇을 하기를 바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녀들의 사춘기에 부모들이 멈추어 마음으로 귀 기울이기를, 그들의 느낌에 집중하고 욕구에 공감해주기를, 그래서 가정이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가족들이 쉴 수 있고, 행복을 느끼고, 재충전하는 장소가 가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아이의 사춘기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가장 큰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한다.
2023년 5월, 이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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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장기
부모교육 강사로 활동하던 2004년 비폭력대화가 한국에 들어왔음을 알았다. 번역 출간된 마셜 로젠버그의 《비폭력대화》를 부모교육 강사들과 함께 읽으면서 스터디를 하다가, 2005년 3월 한국NVC(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센터 설립자인 캐서린 한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것을 시작으로 비폭력대화에 몰입하게 되었다. 201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국제 평화단체인 CNVC(the 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 비폭력대화센터)의 인증 과정을 거쳐 국제공인 트레이너가 되었다.
비폭력대화를 시작할 때 열세 살, 열 살이었던 두 아들은 올해로 서른한 살과 스물여덟 살이 되었고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폭력대화가 그들의 성장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의심할 수 없다. 이 책은 큰아들의 사춘기를 지나오며 좌충우돌하면서도 비폭력대화를 놓지 않은 나의 실전기이기도 하다. 한창 사춘기의 절정이던 17세의 큰아들 김도형이 아이들의 사례에서 사춘기 입장을 대변하는 원고를 함께 쓰기도 했다. 지금 기억해보면, 책을 쓰는 동안에도 나는 끊임없이 갈등하면서 그의 사춘기에 동참해야 했다. 아들은 계속해서 매일매일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냈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면서 우리는 더욱 생동감 있는 글을 쓸 수 있었다. 그 당시 김도형은 적극적으로 10대를 대변하고 싶어 했다.
10여 년 전 책을 쓰면서 아이의 사춘기를 겪었고, 그 사춘기가 단지 서로에게 고통만 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하는 귀한 기회를 제공함을 알았다. 초보 작가가 쓴 첫 책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를 10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사랑해주신 독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현 시대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한 새로운 사춘기 이야기로 비폭력대화를 풀어보고자 한다.
이번 책에서는 사범대학 4학년인 둘째 아들 김도환이 아이일기 부분의 원고를 보완해주었다. 내 삶의 스승인 두 아들이 부모 자녀의 이야기를 다루는 책의 작업에 번갈아 참여해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비폭력대화는 내 인생의 큰 선물이었다. 자녀와의 관계뿐만 아니라 배우자와의 33년 부부 생활에서도 나의 중심을 잃지 않고서로의 욕구를 연결하는 소통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 지금 내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글을 쓰며 비폭력대화를 전할 수 있는 것은 삶에서 그들과 풀어낸 길고 긴 이야기 덕분이리라. 비폭력대화의 실천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는 것을 삶으로 실천하지 못하는 순간에는 깊이 좌절하기도 했고, 부끄러움을 안고 길을 나서야 했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적어도 행복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은 터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법들을 한 분 한 분의 수강생들에게, 연습모임에서 처음 만난 누군가에게 안내해줄 수 있었다.
특히 ‘부모’는 내가 정성을 가장 많이 들이는 대상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부모와의 관계가 인간관계나 삶의 역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비폭력대화로 한국형 부모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2014년 드디어 ‘기린부모학교’라는 1년 과정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첫 회부터 조기 마감으로 정원을 채웠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10년째 프로그램을 이어오고 있다.
첫해에는 부모들이 자녀들과 잘 지내고 싶어서 참여했지만 다음 해부터는 신청 동기가 다양해졌다. 결혼은 했으나 자녀가 없는 분이 부모 마음을 이해하고 싶어서, 미혼이지만 부모와의 갈등을 풀고 싶어서, 기혼이지만 부모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서 아이를 낳을 마음이 생기지 않는 분이 그 마음 뒤의 상처를 알고 싶어서 등등.... 아내가 먼저 1년을 참여하고 그다음 해 남편이 참여한 부부도 있었고, 시어머니가 1년을 먼저 공부하고 몇 해 후 며느리가 수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흔히 부모 자식 사이의 고통은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저 세월이 흘러서 회복된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갖은 노력을 다한 덕분이다. 그저 시간만 흘러가게 해서는 해결할 수 없다. 현재 사랑으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고, 지난 시간이 아프다면 적극적으로 돌볼 필요가 있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부모가 조금 더 홀가분해지고 행복해지기를 소망한다. 적어도 행복을 느껴보고 행복을 아는 부모가 되어 어른 노릇을 하기를 바란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자녀들의 사춘기에 부모들이 멈추어 마음으로 귀 기울이기를, 그들의 느낌에 집중하고 욕구에 공감해주기를, 그래서 가정이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가족들이 쉴 수 있고, 행복을 느끼고, 재충전하는 장소가 가정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또한 아이의 사춘기가 부모와 자녀 모두에게 가장 큰 성장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한다.
2023년 5월, 이윤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