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립니다. 아기가 엄마, 아빠를 꼭 닮았네요 _이희준 작가

“교수님, 안녕하세요!”


밝은 얼굴의 엄마가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진료실을 찾았다. 1년여 전 시험관시술에 성공해 얼마 전 아기를 출산한 환자가 진료실을 찾은 것이다.


“교수님 덕분에 이렇게 예쁜 아기를 갖게 됐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아기를 품에 안고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다.


“축하드립니다. 아기가 엄마, 아빠를 꼭 닮았네요. 건강하게 잘 키우고 산모분도 몸조리 잘하세요.”


그동안 아기를 갖기 위해 여러 해 노력하며 마음고생한 부부의 심정을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기에 그들의 기쁨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난임 의사를 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이런 때가 아닌가 싶다. 그토록 원하던 아기를 품에 안은 부모들의 얼굴은 세상 그 어떤 이들보다 밝고 아름답게 빛난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덩달아 화사해지는 마음은 글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감동적이다.


우리나라 초혼 평균 연령은 남녀 모두 만 30세를 넘겼다. 2021년 대한민국 평균 초혼 나이는 남자는 만 33.4세, 여자는 만 31.1세라고 한다. 결혼이 늦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난임 부부의 비율도 증가한다는 뜻이다. 우리 몸에서 노화에 가장 민감한 세포는 생식세포, 특히 난자다. 만 35세가 넘으면 난자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임신 확률 역시 낮아진다. 그러므로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엄마 나이 만 42세가 넘으면 시험관아기시술을 하더라도 배아 이식 한 번당 임신율은 평균 10~20%를 넘기기 힘들다.


난임 전문의로 난임 부부들을 진료하다 보면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이 잘 되지 않는 많은 부부를 만난다. 모두 사회생활로 바쁘다 보니 결혼이 늦어지고 임신이 잘되지 않아 병원에 찾아온 것이다. 의학적으로 결혼 후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했음에도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를 ‘난임’이라 칭한다. 그러나 만 35세 이후에 결혼한 부부라면 1년을 기다릴 것 없이 3~6개월 안에 임신이 되지 않으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난임 병원을 방문해 난임의 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는지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한다. 조금이라도 이른 나이에 문제를 발견하고 치료해 임신을 시도하는 것이 난임을 예방하고 극복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가끔 나이가 많으면 임신이 아예 불가능한지 묻는 환자들이 있다. 물론 의학적으로 난임과 나이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나 나이가 많아도 임신에 성공해 건강히 출산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최근 환자 중 한 명도 만 46세의 나이에 임신에 성공했다. 이 환자의 경우 임신에 성공하기 전까지 무려 열두 번의 시험관시술이 있었고 반복되는 착상 실패와 유산으로 몸과 마음이 모두 피폐해진 상태였다. 시험관시술 실패는 환자뿐 아니라 담당 의사에게도 큰 아픔이다. 그러므로 시험관시술을 하는 모든 순간, 나 역시도 최선을 다해 시술에 임하고 또 성공을 기원한다. 열두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임신에 성공하고, 이후 임신 10주가 지나 졸업(난임 병원에서 산과 병원으로 전원하는 것을 졸업이라 칭함)하는 날, 환자는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그간의 고생을 알기에 눈물의 의미를 말하지 않아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앞으로 출산까지 때로는 고비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디 무사히,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기를 빈다.


늦은 나이에 임신을 하는 것이 얼마나 산모에게 힘든 일이며, 또 임신 이후 건강한 출산까지 이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축복인지, 난임 의사로서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아내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 세명의 아이를 건강히 출산했다는 건 너무나 큰 축복이다. 특히 마흔이 넘은 나이에 셋째를 낳고, 육아의 부담까지 짊어진 아내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아기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부부에게 응원을 보내며, 앞으로도 난임 전문의로서 난임 부부들의 임신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노라 다짐한다.


세 아이의 아빠이자 난임 전문의

이희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