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렇게 반문했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돈 내고 참여할까요?”
당시 국내에는 선례가 없었으니 그런 의구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도했던 15명 정원의 첫 번째 프로그램에 12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강의명은 ‘치유하는 글쓰기 워크숍’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치유하는 글쓰기를 안내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선 믿음이 커진다. 글쓰기를 통해서 얼마나 치유되고 행복해지는지 지금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져서 살 것 같아요.”
“와, 어떻게 마음이 이런 말을 하죠? 신기해요!”
“글을 써보니 알겠어요. 몰랐던 내 마음을요.”
“열심히 글을 쓰면서 내가 많이 성장한 걸 느껴요.”
“매일매일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당신도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을 써서 당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면 짙은 외로움이 고요한 평온함으로 바뀌는 걸 경험한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글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괴로움이 옅어지면서 안개 속에 가려진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누구든 작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지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을 내 자신에게 해줄 수도 있다. 뿔뿔이 흩어져 혼란스럽던 생각들을 조금씩 글로 옮기면 생각지 못한 삶의 해답이, 자기 이해가, 통찰이 종이 위에 펼쳐진다. 그 경험을 당신도 해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걸 실감한다. ‘마음’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한다. 사실 자신을 잘 알지 않고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졌다. 너무나 많은 길, 너무 많은 선택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며, 매 순간 우리의 선택을 종용한다. 자신의 내면에 선택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으며 고려해야 할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선택이 불가능해져서 삶이 미궁으로 빠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이해, 자기 공부가 절실한 시대를 사는 것이다. 이럴 때 치유 글쓰기가 당신을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를 썼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치유하는 글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글을 읽으면서는 직접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먼저 이 책은 치유하는 글쓰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작가들의 방법론과는 사뭇 다르다. 글을 쓸 때 각고의 노력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친한 사람에게 수다 떨듯,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저 받아적으면 된다. 반면에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가는 마음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을 만나는 사람이 아닌가. 치유를 위한 글쓰기도 그렇다.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 바로 치유 글쓰기의 과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진지하고 감동적인 사례 글을 많이 소개했다.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무엇이며 성찰적 글이 어떤 것인지, 깊은 슬픔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는지 그들의 글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고통과 상처가 글로 진지하게 기록될 때 희한하게도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기 긍정과 희망이 그것이다.
글쓰기는 꽤 오래전부터 인간들에게 치유의 힘을 선사했다. 격변의 역사를 살아낸 개인이 소외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긴 일기, 수행자들의 종교적 체험기, 언어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들의 몸부림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위로와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치료 현장에 글쓰기를 도입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가 병원에서 환자에게 글쓰기를 권해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약 100년 전부터 등장하지만, 글쓰기 치료의 성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50년 이후다. 글쓰기 치료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분노, 성폭력 같은 심리적 상처의 치료는 물론,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특히 심장병 같은 육체의 질병과 면역체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글쓰기 치료와 관련한 책들이 속속 번역되거나 출판되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치유 글쓰기 안내자들이 그새 아주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또는 자율적으로 모여서 마음공부와 자기 성찰을 위한 글쓰기를 오래 지속해온 모임이 많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자기 앎을 지속하는 멋진 그들에게 이 책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응원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는 2008년에 출간한 《치유하는 글쓰기》가 근간(根幹)임을 밝힌다. 그 후에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변화하고 체계화되었고 13년이 지난 지금쯤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어 2021년 새로이 출간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기쁜 일은 이 책과 한 짝이 될 책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을 함께 출간한다는 사실이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가 치유 글쓰기의 이론적, 인문학적 근거가 되어줄 책이라면,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은 치유 글쓰기를 경험하는 일종의 ‘글쓰기 실습서’라 하겠다. 이제야 이론서와 실습서가 한 짝으로 서로를 보완하며 치유 글쓰기를 보다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내심 만족스럽다.
이 책의 취지와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두 권의 책을 기꺼이 출판해준 그래도봄 오혜영 대표에게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 변함없이 내 일을 지지해주는 남편과 두 딸 그리고 지금 병원에서 사투 중인 시어머니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와 함께 글쓰기를 안내하는 세 동지, 김미숙 김보라 한경은 선생님, 여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에게 치유하는 글쓰기를 전파하고 있는 이원아 유정임 선생님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누구보다 지난 17년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많은 글쓰기 수행자들, 이제는 마음공부로 백전노장이 된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의 오랜 고객들,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들이 나를 가르치고 성장시켜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면 또 많은 분과 글 쓰며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2021년 가을
박미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지 않겠냐고 처음 제안받았을 때, 이렇게 반문했던 걸 지금도 기억한다.
“그런 프로그램을 사람들이 돈 내고 참여할까요?”
당시 국내에는 선례가 없었으니 그런 의구심을 가질 만도 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시도했던 15명 정원의 첫 번째 프로그램에 120명이 넘는 신청자가 몰렸다. 강의명은 ‘치유하는 글쓰기 워크숍’이었다.
그로부터 17년이 흘렀다. 나는 여전히 치유하는 글쓰기를 안내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글쓰기가 가진 치유의 힘에 대해선 믿음이 커진다. 글쓰기를 통해서 얼마나 치유되고 행복해지는지 지금도 듣고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져서 살 것 같아요.”
“와, 어떻게 마음이 이런 말을 하죠? 신기해요!”
“글을 써보니 알겠어요. 몰랐던 내 마음을요.”
“열심히 글을 쓰면서 내가 많이 성장한 걸 느껴요.”
“매일매일 글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에요.”
당신도 이런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글을 써서 당신의 내면과 이야기를 나누면 짙은 외로움이 고요한 평온함으로 바뀌는 걸 경험한다.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한 자 한 자 글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괴로움이 옅어지면서 안개 속에 가려진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되기도 한다. 누구든 작은 노트와 펜만 있으면 지상에서 가장 듣고 싶은 위로의 말을 내 자신에게 해줄 수도 있다. 뿔뿔이 흩어져 혼란스럽던 생각들을 조금씩 글로 옮기면 생각지 못한 삶의 해답이, 자기 이해가, 통찰이 종이 위에 펼쳐진다. 그 경험을 당신도 해봤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달라지는 걸 실감한다. ‘마음’에 대해 강한 호기심을 보이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인간이란 본질적으로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어 한다. 사실 자신을 잘 알지 않고는 세상에 적응하기 어려워졌다. 너무나 많은 길, 너무 많은 선택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으며, 매 순간 우리의 선택을 종용한다. 자신의 내면에 선택의 기준을 갖고 있지 않으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갖고 있으며 고려해야 할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하면 선택이 불가능해져서 삶이 미궁으로 빠지는 경험을 할 수밖에 없다. 자기 이해, 자기 공부가 절실한 시대를 사는 것이다. 이럴 때 치유 글쓰기가 당신을 도울 수 있다. 그래서 이 책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를 썼다.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 치유하는 글쓰기를 체험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글을 읽으면서는 직접 글을 써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될 수도 있다. 먼저 이 책은 치유하는 글쓰기가 무엇이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설명한다.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한 작가들의 방법론과는 사뭇 다르다. 글을 쓸 때 각고의 노력 같은 게 전혀 필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책상 앞에 앉아서 편안한 마음으로 친한 사람에게 수다 떨듯,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그저 받아적으면 된다. 반면에 치유 글쓰기는 글을 잘 쓰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작가는 마음의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 자신을 만나는 사람이 아닌가. 치유를 위한 글쓰기도 그렇다. 자신을 정직하게, 뿌리까지 낱낱이 이해하고 깊게 껴안는 작업이 바로 치유 글쓰기의 과정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이 쓴 진지하고 감동적인 사례 글을 많이 소개했다. 글쓰기로 마음을 치유한다는 게 무엇이며 성찰적 글이 어떤 것인지, 깊은 슬픔이 글쓰기를 통해 어떻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는지 그들의 글을 통해서 경험할 수 있다. 인간의 고통과 상처가 글로 진지하게 기록될 때 희한하게도 화학적 작용이 일어나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드러난다. 자기 긍정과 희망이 그것이다.
글쓰기는 꽤 오래전부터 인간들에게 치유의 힘을 선사했다. 격변의 역사를 살아낸 개인이 소외와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남긴 일기, 수행자들의 종교적 체험기, 언어를 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린 작가들의 몸부림까지, 글쓰기와 관련된 모든 행위가 위로와 치유의 과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치료 현장에 글쓰기를 도입한 역사는 그리 오래지 않다. 정신과 의사나 치료사가 병원에서 환자에게 글쓰기를 권해 효과를 보았다는 기록이 약 100년 전부터 등장하지만, 글쓰기 치료의 성과가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보고되기 시작한 것은 대략 1950년 이후다. 글쓰기 치료는 우울증이나 스트레스, 분노, 성폭력 같은 심리적 상처의 치료는 물론, 감정을 통제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발전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특히 심장병 같은 육체의 질병과 면역체계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도 글쓰기 치료와 관련한 책들이 속속 번역되거나 출판되었다. 무엇보다 반가운 일은 치유 글쓰기 안내자들이 그새 아주 많아졌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중심으로 또는 자율적으로 모여서 마음공부와 자기 성찰을 위한 글쓰기를 오래 지속해온 모임이 많이 존재한다. 그들에게도 이 책이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자기 앎을 지속하는 멋진 그들에게 이 책이 진심을 다해 부르는 응원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는 2008년에 출간한 《치유하는 글쓰기》가 근간(根幹)임을 밝힌다. 그 후에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은 꾸준히 변화하고 체계화되었고 13년이 지난 지금쯤 일부 내용을 수정 보완할 필요가 있어 2021년 새로이 출간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기쁜 일은 이 책과 한 짝이 될 책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을 함께 출간한다는 사실이다.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가 치유 글쓰기의 이론적, 인문학적 근거가 되어줄 책이라면, 《모든 날 모든 순간, 내 마음의 기록법》은 치유 글쓰기를 경험하는 일종의 ‘글쓰기 실습서’라 하겠다. 이제야 이론서와 실습서가 한 짝으로 서로를 보완하며 치유 글쓰기를 보다 충실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아 내심 만족스럽다.
이 책의 취지와 의미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두 권의 책을 기꺼이 출판해준 그래도봄 오혜영 대표에게 가장 먼저 감사드린다. 변함없이 내 일을 지지해주는 남편과 두 딸 그리고 지금 병원에서 사투 중인 시어머니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나와 함께 글쓰기를 안내하는 세 동지, 김미숙 김보라 한경은 선생님, 여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에게 치유하는 글쓰기를 전파하고 있는 이원아 유정임 선생님에게도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누구보다 지난 17년간 치유하는 글쓰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수많은 글쓰기 수행자들, 이제는 마음공부로 백전노장이 된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의 오랜 고객들,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그분들이 나를 가르치고 성장시켜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이 책이 출간되면 또 많은 분과 글 쓰며 마음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을 가질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
2021년 가을
박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