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을 쓰는 삶, 날마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 _ 박미라 작가

치유적 글쓰기의 기본은 떠오르는 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입니다. 하지만 글쓰기 주제에 맞는 기법을 잘 사용하면 효과가 배가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놀이하듯 재미있게 글을 쓰는 것은 지속해서 글을 쓰는 데 아주 중요합니다. 이제는 성실과 인내만으로 고행하듯 마음 공부하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처음엔 외국의 저명한 글쓰기 치료사들이 소개한 것을 따라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적 정서에 맞지 않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런저런 글쓰기 기법을 계속해서 개발했습니다. 참여자의 거주 지역, 나이, 성별, 집단의 특성, 학력 등에 따라 매번 다른 글쓰기 방식과 기법을 만들었고, 그렇게 나름의 노하우가 축적됐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참여자들이, 다양한 기법이 주는 치유적 힘에 감탄하자 어느새 저는 애착을 넘어 욕심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개발한, 나만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피 같은 글쓰기 기법을 아무에게도 뺏기지 않을 거야’ 하면서 전전긍긍했지요. 그런 제 모습에, 대동강 물을 팔던 봉이 김선달이 자꾸 오버랩 됐습니다. 설화 속 봉이 김선달은 돈을 받고 강물을 팔 수 있다고 사람들을 속인 인물이지요.


글이란 것도 일종의 물과 같아서 글자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쓸 수 있고, 글을 쓰는 순간부터 누구나 그 치유적 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늘 아래 새로울 것 없는 글쓰기 방법 몇 가지를 끌어안고 저작권 운운하며 아까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욕심으로 노심초사하던 마음에서 해방되려고, 지난 17년간 모아둔 치유적 글쓰기 방식을 책으로 만들어 여러분과 나누기로 결심했습니다.대부분 현장에서 참여자들과 함께 시도했던 방법이고, 무엇보다 저의 마음공부를 위한 도구가 되어준 것들입니다. 제가 아는 것을 모두 담지는 못했지만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이었던 방법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만약 치유적 글쓰기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사례 글이 필요하다면 저의 또 다른 책 《상처 입은 당신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많이 알수록 믿음이 생기고, 믿음이 생기면 더 열의를 가지고 지속할 수 있게 되지요. 이 책이 그런 안내자가 되어줄 것입니다.


사람들의 의식이 높아지면서 바야흐로 마음 공부의 시대가 됐습니다. 자신을 돌보고 자신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체감합니다.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자신을 이해하고 자기답게 살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특히 의식 성장과 자기실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는 분들이 눈에 띕니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조금씩 끊임없이 노력하다 보면 그 결과로 의식의 변화와 성장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썼습니다.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에 매일 조금씩 글을 쓰거나 여럿이 함께 글을 쓰고 나누면서 자신을 만나는 지극한 기쁨을 누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치유적 글쓰기를 충분히 경험해볼 수 있는 ‘치유 실습서’가 되기를 꿈꾸며 만들었습니다. 153개 이상의 글쓰기 기법은 현대 심리학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정서적 해소와 재경험, 직면과 탈동일시, 투사, 무의식의 의식화, 그리고 인지행동치료와 수용전념치료, 더 나아가 분석심리학과 영성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론을 참고했고 의식 발달의 전 과정을 돕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각 파트를 시작할 때 목표와 이론적 근거, 주의할 점 등을 안내했고, 글쓰기 실습 중간중간 구체적인 글쓰기 팁을 실었습니다. 혼자 작업하더라도 누군가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함께하는 느낌이 들도록 노력했습니다. 이 책을 마중물로 더 기발하고 탁월한 글쓰기 아이디어가 만들어지고 세상에서 소통됐으면 좋겠습니다. 개인과 크고 작은 집단이 자기 성찰과 치유를 위해 글쓰기 방법을 만들어내고 그것이 인터넷과 SNS에서 공유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렇게 치유적 글쓰기가 커다란 강물로 흘러 누구든 풍요롭게 퍼서 쓸 수 있었으면 하는 꿈을 꾸곤 합니다.


매일 글을 쓰는 삶, 날마다 성장하는 삶을 위해 이 책을 선택한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이 책이 제시하는 153가지의 글쓰기와 마무리 글쓰기를 모두 마치는 날까지 함께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2021년 가을
박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