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뒤에 내 딸들이 꼴찌 자리에 서 있었다


  나의 존재는 서열 맨 끝 ‘며느리’라는 자리,  

  그 뒤에 내 딸들이 꼴찌 자리에 서 있었다.  

 
   스물네 살에 결혼하고 한 집의 며느리가 되면서부터 나는 정체성의 뿌리부터 뒤흔들렸다.  

   ‘일 없는 며느리’가 되어 낯선 남의 집 부엌에서 나물을 무치고 전을 부쳤다. 명절 때마다 코피가 터져 베개를 빨갛게 적셨다. 친정은 한 번도 못 갔다.

   내 아이들은 딸이어서 차례상 앞 절하는 순서에서부터 장손에게 밀렸다. 그 집에서 나의 존재는 서열 맨 끝 ‘며느리’라는 자리, 그 뒤에 내 딸들이 꼴찌 자리에 서 있었다.  

   딸들은 20년 넘게 제 엄마가 놓여 있던 며느리의 자리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말간 눈으로 다 지켜봤다.  

 
   세월이 흐르고 흘렀다. 딸들은 〈며느라기〉를 읽고 엄마에게 소개하고, 명절에는 혼자 쉬라고 호텔을 예약해주거나 함께 가서 묵을 리조트를 준비한다. 딸들은 엄마의 끊어진 경력, 끊긴 돈, 끊어진 인관관계를 이어준다.

  

  전통적 가족 개념을 벗어나 새로운 가족의 개념을 열어준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

  페미니스트 엄마와 90년대생 딸의 ‘따로 또 같이’ 나답게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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